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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형식적 조작기 학생,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1. 형식적 조작기란 무엇인가?

피아제는 인간의 인지 발달 과정을 네 가지 단계로 나눴다. 감각운동기(0~2세), 전조작기(2~7세), 구체적 조작기(7~11세),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형식적 조작기(formal operational stage)다. 형식적 조작기는 대략 11세 이후부터 시작되며, 청소년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추상적 사고’와 ‘논리적 조합 능력’의 출현이다.

이전 단계인 구체적 조작기에서는 아이들이 눈앞에 있는 실체에 대해서만 사고할 수 있었다면, 형식적 조작기에 들어서면서 보이지 않는 것,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논리적으로 가능한 다양한 경우를 상상하고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는 삼단논법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 능력은 단순한 정보 수용이 아니라, 사고의 구조가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은 더 이상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가능성과 조건, 논리적 순서를 바탕으로 추론할 수 있다.

 

 

 

2. 이 시기 학생의 사고 특징

형식적 조작기의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사고 특성을 보인다.

  • 가설-연역적 추론: 어떤 조건이 주어졌을 때 가능한 결과를 상상하고, 그 가능성을 하나씩 따져가며 검증할 수 있다.
  • 추상적 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 예를 들어 정의, 자유, 정의 같은 개념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
  • 자기중심적 사고의 재출현: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에는 또 다른 형태의 자기중심성이 나타난다. ‘모든 사람이 나를 주목하고 있다’는 착각(상상된 청중), ‘내 경험은 특별하다’는 믿음(개인적 우화)이 대표적이다.
  • 반성적 사고: 자신의 생각을 되돌아보며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라고 자문하게 된다. 이는 철학적 사고의 토대가 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모든 학생이 자동으로 이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발달에는 개인차가 있으며, 교육은 그 과정을 돕는 자극이어야 한다.

 

 

 

3. 교실 속 형식적 조작기 진단 방법

학생이 실제로 형식적 조작기에 도달했는지 판단하는 것은 수업 설계의 출발점이다. 단순히 나이만으로 추정할 수는 없다. 다음과 같은 질문과 과제를 통해 학생의 사고 수준을 진단할 수 있다.

  • "만약에 지구 중력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질문에 단순한 감탄을 넘어서 체계적인 가설과 예측을 제시하는가?
  • "A, B, C 세 가지 조건이 있을 때 가능한 조합은?"과 같은 문제에서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하는가?
  • 사회적 이슈(예: 빈부격차, 전쟁, 환경문제 등)에 대해 단편적 감상이 아닌, 논리적인 견해와 해결책을 제시하는가?

이러한 과제를 통해 학생이 단순 암기형인지, 아니면 사고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 unsplash

 

 

4. 효과적인 수업 설계 전략

형식적 조작기에 있는 학생들은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 ‘도전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교사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 가설 세우기 → 실험 또는 토론 → 결과 분석 → 결론 도출의 순서를 따르는 탐구 기반 수업
  • 추상 개념을 설명할 때는 구체적 사례와 연결하고, 다시 이를 일반화하는 반복 구조 사용
  • "왜 그렇지?", "다르게 보면?", "네가 결정한다면?" 같은 개방형 질문 자주 활용
  •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은 활동(예: 시나리오 작성, 대안 탐색형 토론)을 통해 사고 확장 유도

 

 

 

5. 실제 수업 사례와 교사의 실천 팁

사례 1: 중학교 과학 수업에서 '기후 변화' 단원.
학생들에게 "2050년의 대한민국 날씨는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팀별로 데이터를 조사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예측한 후 자신들의 예측 모델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원인-결과 관계, 조건 설정, 가정의 한계 등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사례 2: 고등학교 국어 수업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토론한다.
학생들은 다양한 철학자의 견해를 참고하여 자신만의 정의론을 구성하고, 사회적 이슈에 이를 적용한다. 이 활동은 추상적 개념의 구체화 능력을 기르고, 복합적 사고를 이끌어낸다.

교사 팁: 사고의 수준을 높이고 싶다면,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정답을 묻는 질문 대신, 가능성을 묻고 선택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6. 사고를 일으키는 수업의 조건

형식적 조작기는 아이가 '철학적 존재'로 나아가는 첫 관문이다. 이 시기의 사고는 단순히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고의 방향을 설정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교육은 단지 정보를 주입하는 과정이 아니라, 사고를 자극하고 구조화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피아제는 말했다. "진정한 지식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재구성의 결과이다."

 

 

 

7. 형식적 조작기와 뇌 발달의 연결

이 시기에는 전두엽과 측두엽의 연결이 강화되며, 이는 계획, 판단, 논리적 추론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반복적 훈련보다는 복잡한 사고를 도전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형식적 조작기에 대한 오해와 교사의 흔한 실수로는 다음과 같다. 학생들은 나이에 비해 아직 구체적 조작기에 머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개념의 난이도’보다 ‘구성 과정의 참여도’이다. 교사가 말하는 게 아니라, 학생이 자기 말로 표현할 때 사고가 성장한다.

 

 

 

8. 세계 교육 사례

핀란드는 ‘논리와 철학’ 수업을 통해 사고력 훈련을 하고, 싱가포르는 수학 시간에 ‘다중 해결 전략’을 토론하는 수업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해?”, “다른 방법도 있을까?” 같은 질문은 가정에서도 사고 훈련의 출발점이다. 부모의 피드백이 사고를 정리하고 표현하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교사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을 유도하는 안내자다. “다르게 볼 수 있을까?”, “왜 그렇게 판단했을까?”라는 질문이 사고를 깨운다. 질문이 수업을 바꾼다. 질문이 아이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