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놀아? 공부는 언제 하니?”
많은 부모들이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정말 놀이는 공부의 반대말일까?
피아제는 말한다.
"놀이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사고의 실험이다."
아이에게 있어 놀이는 세계를 탐색하는 방식이다.
아이가 블록을 쌓을 때, 인형에게 이름을 지어줄 때, 보드게임에서 차례를 기다릴 때,
모든 순간, 아이는 생각하고 있다.
피아제는 놀이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 연습 놀이 – 손 흔들기, 반복 행동. 감각과 운동을 조율한다.
둘째, 상징 놀이 – 엄마 놀이, 의사 놀이. 상상력과 상징적 사고를 키운다.
셋째, 규칙 놀이 – 보드게임, 숨바꼭질. 사회적 협력과 논리를 배우는 시기다.
이 순서는 곧 사고 발달의 단계와 맞닿아 있다.
아이는 놀 때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실패하면 다시 시도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본인이 주도한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단순하지 않다.
계획하기, 실행하기, 실패 후 조정하기, 다시 시도하기.
이 모든 과정은 ‘학습’이다.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사고 구조의 확장이다.
그렇다면, 그냥 놀게만 해도 될까?
놀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잘 설계된 놀이는 수업보다 더 강력하다.
예를 들어, 사회과 수업에서 ‘국회 역할극’을 하자.
아이들은 법안을 만들고, 찬반 토론을 하며 규칙과 절차를 익힌다.
과학 시간에는 ‘에어풍선 대회’를 통해 실험과 추론 능력을 키운다.
놀이는 사고를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놀이의 또 다른 힘은 ‘사회성’이다.
차례를 기다리고, 규칙을 이해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혀진다.
피아제는 규칙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고,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별도로 가르치려 애쓰는 것들 – 기다림, 협력, 양보 –
놀이는 이미 그것을 가르치고 있다.
많은 어른들이 놀이를 '공부의 반대말'로 오해한다.
하지만 진짜 공부는 강제로 앉혀놓고 하는 것이 아니다.
몰입이 있고, 자발성이 있고, 의미를 스스로 구성하는 활동.
그것이 바로 ‘놀이’다. 놀이는 공부보다 더 공부답다.
이제 놀이를 다르게 봐야 할 시간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
선생님은 ‘분류’라는 과학 단원을 놀이로 접근했다.
학생들은 다양한 사물(단추, 종이조각, 색종이, 스티커 등)을 모아 ‘자기만의 기준’으로 분류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어떤 아이는 색깔로, 어떤 아이는 재질로, 또 다른 아이는 크기로 분류했다.
이 수업 후, 아이들은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보는 활동에 큰 흥미를 보였다.
규칙을 정하고, 스스로 적용해보는 경험은 단순한 지식 암기보다 훨씬 깊은 사고를 유도한 것이다.
놀이는 창의적 사고의 근원이다.
아이가 상징 놀이를 하며 없는 물건을 만들어내고, 이야기를 구성하며 결말을 상상할 때, 뇌는 활발히 움직인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 놀이 경험이 풍부한 아이일수록 중등 이후의 창의력 평가 점수가 높게 나타난다.
놀이 자체가 창의력의 씨앗이다.
부모를 위한 놀이 가이드도 필요하다.
- 질문형 놀이: “왜 그랬어?”, “다르게 하면 어때?”
- 열린 결말 놀이: 이야기 만들기, 역할극
- 경쟁보다 상호작용: 이기기보다 규칙 만들기
- ‘시간 낭비’라는 편견 없애기: “이 아이가 어떤 사고를 하고 있나?”로 시각을 바꿔야 한다.
교사를 위한 놀이 수업 팁도 있다.
- 놀이 활동도 수업 목표와 연결하라.
- 놀이 후 반드시 되돌아보기를 포함하라.
- 학급 전체와 소그룹 놀이를 병행하라.
- 평가 기준도 바꾸자 – 정답 개수보다 사고 깊이.
놀지 못하는 아이는 감정 조절력, 사회적 유연성에서 결함을 보인다.
피아제는 놀이를 통해 ‘자아중심성’을 벗어난다고 봤다.
놀이가 부족하면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지 못한 채 고립되기 쉽다.
‘놀면 공부 못한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다.
핀란드는 하루 4시간 수업과 풍부한 놀이 시간을 보장하면서도 PISA 최상위권을 유지한다.
스위스 피아제식 학교에서도 놀이 기반 수업 후 수학, 언어 성취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아이들이 놀 때, 뇌의 전두엽과 해마는 활발히 작동한다.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은 가상 놀이 속에서 자란다.
놀이는 뇌 발달의 토대다.
OECD는 2022년 보고서에서 놀이 중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놀이 기반 수업을 받은 아이들은 자기 주도 학습, 협업, 스트레스 관리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 교육 현실은 놀이가 사라진 구조다.
초등학교부터 방과후 수업, 학원, 선행학습으로 이어진다.
놀이는 ‘쓸모없는 시간’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제는 놀이를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봐야 한다.
문제 해결 놀이, 부모 교육 강좌, 교사 연수, 평가 방식 개편 등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는 아이에게 배움을 강요하기 전에, 생각하게 만드는 환경을 줘야 한다.
놀이는 아이가 본능적으로 선택하는 학습 방식이다.
피아제는 학습의 시작은 호기심이라고 했다.
놀이는 그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다.
놀이는 시간 낭비가 아니다.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이다.
놀이는 교육이다. 사고를 만드는 실험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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