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1. 협동학습은 단순한 역할 분담이 아니다
- 2. 피아제 이론에서 본 사회적 상호작용의 역할
- 3. 효과적인 협동학습을 위한 조건
- 4. 혼자 할 수 없는 사고, 함께여서 가능한 사고
- 5. 교사의 역할은 '사고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
- 6. 협동은 ‘함께 앉기’가 아니라 ‘함께 생각하기’다
- 7. 협동학습을 넘어 사고공동체로

1. 협동학습은 단순한 역할 분담이 아니다
학교 수업에서 협동학습은 익숙한 교수 전략 중 하나다. 조를 나누고 역할을 정한 뒤,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구조는 이제 표준화된 수업 절차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로 이 협동이 실질적인 사고의 교류로 이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많은 경우, ‘일 잘하는 아이가 다 하고, 나머지는 따라가는’ 형태의 협동학습이 반복되며, 학습 효과는 특정 학생에게만 집중된다.
피아제는 이런 협동을 ‘사회적 협조’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는 진정한 협동은 각자의 사고 구조가 충돌하고, 그 안에서 서로의 관점을 인지하면서 자신의 사고 틀을 조정하는 과정이라 보았다. 협동이란 단순한 ‘일 분배’가 아니라, ‘사고의 교차와 재구성’이라는 것이다.
2. 피아제 이론에서 본 사회적 상호작용의 역할
피아제는 학습자가 스스로 개념을 구성한다고 보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상호작용이 사고 발달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인정했다. 특히 구체적 조작기와 형식적 조작기에 이르면,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인지적 갈등(cognitive conflict)**이 형성된다.
이 갈등은 때로 혼자서는 도달하지 못했던 사고 수준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분수는 분모가 크면 더 크다’고 주장하고, 다른 학생이 “아니야, 1/2보다 1/4이 더 작아”라고 반박할 때, 둘 사이에 개념의 충돌이 발생한다. 이 순간은 단순한 다툼이 아니라, 각자의 사고 틀을 확장할 기회가 된다.
3. 효과적인 협동학습을 위한 조건
피아제 이론을 바탕으로 협동학습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1) 동등한 발언 기회 보장
모든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발언 차례를 정하거나, 질문 카드를 활용하는 등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 말하는 사람만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이도 “나는 어떻게 생각하지?”를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2) 관점 차이를 인정하는 문화
“그건 틀렸어”보다는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뭐야?”,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처럼, 서로의 사고 과정을 묻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피아제는 이러한 ‘조망 수용(perspective-taking)’이 인지 발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3) 사고 과정을 말하게 하기
정답보다는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중심으로 발표하게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자기 사고를 언어로 정리하면서 반성적 사고를 하게 되고, 다른 친구들의 사고와 비교하며 자신을 점검할 수 있다.
4. 혼자 할 수 없는 사고, 함께여서 가능한 사고
협동학습은 단순히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혼자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인지 발달의 지점으로 가는 사다리다. 피아제는 사고의 발달이 내면적 구조 변화에 의존하지만, 그 변화의 자극은 외부로부터 올 수 있다고 보았다. 협동학습은 바로 그 자극의 장이다.
예컨대 과학 수업에서 실험을 설계할 때, 한 학생은 조작 변인을 생각하고, 다른 학생은 통제 변인을 언급하며, 또 다른 학생은 실험 절차의 순서를 고민한다. 이때 이들은 각자의 사고를 조율하고, 기존에 몰랐던 사고 구조를 흡수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협동을 통한 자기 조절과 인지적 조정이다.
5. 교사의 역할은 '사고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
협동학습에서 교사는 단순히 조를 나눠주는 사람이 아니라, 사고의 흐름을 관찰하고, 적절한 질문과 피드백으로 사고의 충돌을 도와주는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 “그 말은 어떤 의미야?”
- “지금 다른 친구랑 어떻게 생각이 다른 것 같아?”
- “그 두 생각을 이어서 설명해 볼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은 생산적 갈등을 유도하고, 정리하게 하며, 다시 개념을 재구성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협동학습의 진짜 주인공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둘러싼 사고의 교류와 진화이다.
6. 협동은 ‘함께 앉기’가 아니라 ‘함께 생각하기’다
피아제는 "교육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유도하고 구조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협동학습은 그 사고의 장을 가장 자연스럽게 마련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조를 나눴다’고 협동학습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실제로 ‘생각을 나눴는가’가 관건이다.
진짜 협동은 역할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공유하고, 도전하고, 충돌하고, 다시 합치는 과정이다. 교실 속 협동이 단지 조별과제 수준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협동학습을 ‘사고 중심’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7. 협동학습을 넘어 사고공동체로
피아제 이론은 협동학습의 최종 목표가 단순한 과제 해결이나 발표가 아니라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사고공동체(thinking community)**의 구축이다. 사고공동체란, 교실 속 모든 구성원이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열린 질문을 던지며, 다르게 생각할 자유를 보장받는 공간이다.
이러한 교실에서는 학생이 “내 생각은 이래요”라고 말할 수 있고, 다른 친구가 “그건 이런 점에서 다르지 않을까?”라고 반박하며, 교사가 “둘 다 좋은 생각이야, 그럼 어떤 조건일 때 더 적절할까?”라고 중재한다. 이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사고의 기술, 논리의 태도, 의미 구성의 능력을 키워간다.
이것이야말로 피아제가 말한 ‘진짜 학습’이며, 함께 사고할 수 있는 교육 공동체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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