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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형식적 조작기의 특징과 중등교육에서의 적용 방안

형식적 조작기의 개념과 사고 특성

스위스의 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인간의 인지 발달을 네 단계로 구분했다. 그 중 마지막이자 가장 고차원적인 사고 단계가 바로 형식적 조작기(formal operational stage)이다. 일반적으로 11세에서 15세 무렵에 이르러 도달하며, 추상적 사고, 논리적 추론, 가설 설정 및 조합적 사고 능력이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형식적 조작기에서는 단순한 경험이나 구체적 사물에 의존하지 않고도 사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지구가 평평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에 대해 실제 현실이 아닌 가상의 상황을 가정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가설적-연역적 사고 능력(hypothetico-deductive reasoning)은 형식적 조작기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다.

또한, 이 시기의 학생은 여러 변수들 간의 상호작용을 체계적으로 고려하는 조합적 사고(combinatorial thinking)가 가능하다. 단일 변수 실험이 아닌 다변수 실험에서도 사고를 전개할 수 있으며, 수학의 함수 개념, 과학의 변수 통제, 사회 과목의 인과관계 분석 등에서 두드러진 사고 능력을 보인다.

 

 

 

형식적 조작기의 학습자, 어떻게 다른가?

형식적 조작기에 도달한 학습자는 이전 단계인 구체적 조작기와 뚜렷한 사고 구조의 차이를 보인다. 구체적 조작기의 아이들은 ‘보이는 것’에 근거해 사고하고, 실제 조작이나 물리적 경험이 있어야 문제를 해결한다. 반면 형식적 조작기 학습자는 보이지 않는 것, 가능성, 미래 상황, 추상 개념을 이해하고 탐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가 인류에게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에 대해 과학적 근거, 논리적 추론, 자료 해석 등을 통해 자신만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 시기의 학습자는 토론, 글쓰기, 실험 설계와 같은 고차원적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피아제는 모든 청소년이 자동적으로 형식적 조작기에 도달한다고 보지 않았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 중에도 상당수는 구체적 조작기에 머무르며, 특히 훈련과 경험이 부족한 경우 형식적 사고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학습자의 사고 수준을 진단하고 이에 맞는 교수 전략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등교육에서 적용 가능한 수업 전략

형식적 조작기 학생의 특성에 맞는 교육 전략은 ‘사고를 확장하는 수업’을 중심에 둔다. 이는 단순한 개념 전달이 아닌, 학생이 직접 사고하고 판단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사고력을 기르는 방식이다.

1. 가설-검증 중심의 문제 상황 제시

학생들에게 어떤 현상을 제시한 뒤, 그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스스로 검증해보도록 유도한다. 예: "식물의 생장에 빛은 얼마나 영향을 줄까?" → 조명 조건을 달리한 실험 설계.

 

2. 토론과 반박이 가능한 질문 활용

추상적 주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타인의 의견에 논리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수업이 효과적이다. “SNS는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할까?” 같은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반론을 제시하도록 한다.

 

3. 수학적 모델링 및 그래프 해석

함수, 확률, 비율 개념을 포함한 수학 수업에서 실제 사례와 연결해 사고를 확장하도록 돕는다. 이때 그래프 해석, 수식 도출, 패턴 분석 능력을 길러야 한다.

 

4.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실생활 문제를 중심으로 주제를 탐구하고 결과를 발표하도록 유도하는 프로젝트 학습은 형식적 조작기 사고에 매우 적합하다.

 

 

 

형식적 조작기 적용 사례
형식적 조작기 적용 사례

 

 

형식적 조작기 적용 사례: 과학, 수학, 사회

과학 수업 예시: 변화하는 변수와 실험 설계

한 중학교 2학년 과학 수업에서는 ‘온도 변화가 물질 용해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학생들이 직접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했다. 변수 통제의 중요성과 과학적 증거 기반 사고를 학습하면서 형식적 사고를 실제로 활용하게 되었다.

 

수학 수업 예시: 함수와 패턴 분석

함수 개념을 배우는 수업에서 ‘하루에 2씩 증가하는 수의 관계’를 표, 그래프, 수식으로 표현하게 했다. 이후 학생 스스로 다른 조건(3씩 증가 등)으로 문제를 변형해보도록 함으로써 조합적 사고를 자극했다.

 

사회 수업 예시: 인과 관계와 대안 제시

‘도시 개발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학습자들에게 찬성과 반대 입장을 나누어 토론하게 했다. 도시화가 환경, 교통, 주거 문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스스로 구성해보는 활동을 통해 비판적 사고 능력과 추론 능력을 동시에 키웠다.

 

 

 

교사가 주의해야 할 점과 실천 제언

1. 형식적 조작기의 ‘도달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모든 중학생이 자동적으로 형식적 사고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간단한 상황 문제, 추상 개념에 대한 질문 등을 통해 사고 수준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수업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2. 단순 지식 전달보다는 ‘사고 과정 중심’ 수업을 설계하라

답을 알려주는 방식보다,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실험하거나 근거를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학습자가 사고의 주체가 되는 수업이 바로 형식적 조작기의 사고를 심화시키는 길이다.

 

3.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표현 기회를 주어야 한다

형식적 조작기 학생들은 단순히 외우는 것보다 ‘왜 그런가’를 묻고 스스로 판단할 때 깊이 있는 사고를 형성한다. 토론, 글쓰기, 발표, 에세이 쓰기 등 다양한 표현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마무리

형식적 조작기는 사고의 폭과 깊이가 동시에 확장되는 시기다. 이 시기의 학생들은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교육의 방식에 따라 그 잠재력은 크게 꽃필 수도 있고, 억눌릴 수도 있다. 교사와 교육자가 학생의 사고 수준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수업 설계를 통해 사고력을 자극한다면, 중등교육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단계를 넘어 '생각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진정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