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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생을 다시 바라보다 – 인간 중심 교육의 재구성

 

 

학생을 다시 바라보다
학생을 다시 바라보다

 

 

 

“얘는 성적이 좋지만 산만해요.”
“조용하긴 한데 자발성이 없어요.”
“리더십은 약한데 과제는 잘해요.”

우리는 학생을 바라볼 때,
기준표 안의 항목들로 조각내어 평가한다.
아이의 존재는 시험 점수, 성격, 참여도, 발표력으로 분해된다.
그 아이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무엇에 슬퍼하고 무엇을 꿈꾸는지는
쉽게 잊혀진다.

브라질의 교육학자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는
이러한 교육의 시선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말한다.

 

“교육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가도록 돕는 행위다.”
“우리는 먼저 ‘사람’을 보아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프레이리의 철학을 바탕으로
‘학생을 다시 보는 법’,
그리고 교육을 인간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방향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우리는 왜 ‘전체로서의 인간’을 잊었는가?

오늘날 교육은 측정 가능성과 관리 효율성을 기준으로 작동한다.
정해진 진도, 수능 중심 평가, 생활기록부 작성, 정량화된 수행평가.
이러한 체계는 학생을 객체화된 존재로 만들기 쉽다.

 

📌 문제는 이것이다:

  • 아이의 마음보다 태도가 먼저 평가된다.
  • 존재의 맥락보다 결과가 먼저 기록된다.
  • 이야기보다 숫자가 더 중요하게 취급된다.

프레이리는 이를 ‘비인간화의 구조’라 불렀다.
그리고 교육은 이 구조를 깨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이리가 본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프레이리에게 인간은
단지 생각하고 말하는 동물이 아니다.
세상과 상호작용하고, 의미를 해석하며,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다.

그는 인간을 이렇게 정의한다.

 

“인간은 미완성의 존재이며,
끊임없이 자신을 만들어가는 존재다.”

 

이 정의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는
학생의 현재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어떤 학생이 지금은 조용하고,
문제를 잘 풀지 못하고,
발표를 피하더라도
그것이 그의 한계가 아니라 **‘과정 중의 일부’**라는 것이다.

 

 

 

인간 중심 교육이란 무엇인가?

인간 중심 교육(Humanizing Education)은
학생을 ‘배워야 할 존재’가 아닌 ‘이미 배움 속에 있는 존재’로 보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이 교육은 다음의 네 가지 질문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1. 지금 이 학생은 어떤 삶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가?
  2. 이 학생의 말과 침묵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가?
  3. 이 학생은 수업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있는가?
  4. 나는 이 학생의 가능성을 신뢰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통해 교육자는 학생을
더 이상 지도 대상, 평가 대상, 기록 대상이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 대면할 수 있게 된다.

 

 

 

인간 중심 교육이 가지는 특징

1. 존재를 기준으로 한다

지식 이전에 ‘사람’을 먼저 본다.
학생의 성적보다 관심사와 감정 상태,
학습 속도보다 개인의 맥락을 중요하게 여긴다.

 

예:

  • 조용한 학생이 말을 하지 않는 이유를 개인의 특성으로 존중
  •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 ‘성실함’이나 ‘자기관리력’이라는 다른 기준을 적용
  •  

2. 실패를 성숙의 과정으로 본다

인간 중심 교육은 실패를 결핍이 아닌 성장의 징후로 이해한다.
틀림과 실수는 배움의 일부이며,
그 안에서 학생은 자신만의 리듬으로 의미를 구성해나간다.

 

3. 말하기와 침묵 모두 존중한다

어떤 학생은 자주 말하고, 어떤 학생은 오래 생각한 뒤에 말한다.
교사는 이 차이를 해석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인정하는 태도를 지닌다.

 

 

 

교사와 학생, ‘존재 대 존재’로 다시 만나기

프레이리는 교사를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교사는 학생과 함께 세계를 해석하고 의미를 탐색하는 동행자이다.

그래서 교사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학생을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 “이 아이는 왜 이런 반응을 했을까?”
  • “이 말 뒤에 어떤 맥락이 있을까?”
  • “지금 내가 기대하는 기준은 정말 이 학생에게 유효한가?”
  • “내 언어와 표정은 이 학생을 믿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은 교사로 하여금
‘지도자’가 아니라 ‘존재를 만나는 사람’으로서의 자세를 회복하게 한다.

 

 

 

교육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

🟧 생활 기록의 언어 바꾸기

  • “집중력이 부족함” → “자신만의 몰입 방식이 있음”
  • “참여 태도가 미흡함” → “관찰과 숙고 중심의 학습 경향이 있음”
  • “발표에 소극적임” →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남”

이렇게 바꾼 문장은 학생을 이해하려는 시선에서 출발한 언어다.
기존의 진단 중심 문장을 성장 중심, 해석 중심으로 재구성한다.

 

🟧 감정 기반 피드백 활용

평가 후, 점수만 보여주지 말고 다음과 같이 말해보자.

  • “이 글에 너의 고민이 잘 묻어났어.”
  • “너의 시선이 특별해서 나도 배우게 됐어.”
  • “틀렸다고 느꼈을 수 있지만, 너의 시도는 정말 의미 있었어.”

이런 피드백은 학생에게
‘나는 존재해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그 믿음이 결국 자기 주도성과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 학생의 이야기를 수업에 연결하기

학습 주제를 소개할 때,
학생의 경험과 연결 지어 말해보자.

예:

  • 과학 시간: “너희가 지난주 체험한 농장 실습을 기억해? 오늘 배우는 광합성 이론과 연결돼.”
  • 사회 시간: “우리 학교 앞 공사에 대해 불편하다는 말 많았지? 도시계획과 연관된 주제야.”

이렇게 수업이 삶과 연결되면
학생은 단순한 지식 수용자가 아니라 현실의 해석자가 된다.

 

 

 

프레이리가 우리에게 남긴 질문

프레이리는 인간을 '존재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로 보았다.
그는 묻는다.

  • “그 학생은 존재 자체로 존중받고 있는가?”
  • “우리는 아이를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고 있는가?”
  • “그 아이가 교실에서 드러낼 수 있는 존재의 결은 몇 가지인가?”

이 질문은 교사에게 가장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그 학생을 한 인간으로 보고 있는가?

 

 

 

인간 중심 교육은 ‘존재를 회복하는 길’이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지식을 채우는 일인가, 시험을 준비하는 일인가?
프레이리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교육이란
존재를 마주하는 일이며,
한 사람의 가능성을 믿고 지지하는 실천
이다.
그 실천은 평가표 바깥에 있고,
교실 밖의 삶 속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

우리가 학생을 ‘인간’으로 다시 바라보는 순간,
교육은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