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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공학 교육에서 추상적 사고력 향상의 필요성과 전략

1. 공학 교육과 추상적 사고력의 관계

공학(Engineering)은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다. 이는 단순한 공식 암기나 기술 습득만으로는 성취하기 어렵다. 복잡한 시스템 분석, 수학적 모델링, 시뮬레이션, 설계 최적화 등은 모두 높은 수준의 추상적 사고력을 전제로 한다.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에서 말하는 형식적 조작기는 이러한 공학적 사고의 기반이 된다. 형식적 조작기에 도달한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 가능성, 구조, 변수 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공학에서는 이러한 능력이 필수다. 회로 설계, 프로그래밍, 구조 계산, 알고리즘 이해 등은 모두 추상 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영역이다.

즉, 공학 교육에서 추상적 사고력은 단순한 ‘학업 성취의 수단’을 넘어, 공학도로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사고 도구인 셈이다.

 

 

 

2. 공학 학습자에게 요구되는 사고 수준

많은 공학 교육 과정은 복잡한 수학적 모델, 다변수 실험, 컴퓨터 기반의 구조 분석 등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는 다음과 같은 사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 가설 설정 및 검증 능력: 어떤 구조물에 힘이 가해질 때 그 결과를 예측하고 실험으로 검증하는 과정
  • 논리적 추론 능력: 조건 A가 성립하면 B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C가 유발된다는 연역적 사고
  • 조합적 사고 능력: 다양한 변수 간의 관계를 조합하여 가능한 경우의 수와 최적 해를 도출
  • 모델링 사고 능력: 현실 문제를 수학적 식이나 알고리즘으로 변환하는 능력

피아제의 형식적 조작기는 바로 이와 같은 고차원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심리적 기초다. 그러나 실제 공학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사고 수준에 미달한 학생들이 적지 않다.

 

 

 

3. 공학 교육에서 나타나는 사고력 부족의 현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소수 인종 공대 신입생의 85% 이상이 형식적 조작기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저울 평형 문제'와 '진자 실험' 같은 기본적인 추론 과제에서조차 정답률이 낮았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중등교육에서 추상적 사고력을 충분히 훈련하지 못한 결과다. 공학 수업에서 다루는 미분방정식, 전자기장, 열역학 개념을 이처럼 ‘구체적 조작기’에 머무는 사고 구조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은 문제로 이어진다:

  • 공식 암기식 학습에 의존
  • 문제 풀이의 절차는 외웠지만 원리는 이해 못함
  • 수업 후 기억 유지 기간이 짧음
  • 실제 설계 문제에서 창의적 적용 실패

따라서 공학 교육은 ‘지식 전달’ 이전에, 학습자의 사고 수준 자체를 끌어올리는 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4. 추상적 사고력 향상을 위한 수업 전략

피아제 이론을 바탕으로 사고력 향상을 유도하는 수업은 단순 강의가 아닌, 인지적 갈등, 조작, 실험, 모델링,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다음은 공학 교육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

1) 인지적 갈등 유도

학생이 기존 사고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상황을 던져줌으로써, **인지적 불균형(disequilibrium)**을 유도하고 사고의 변화를 촉진한다. 예: “물체가 중력을 거스르며 떠오르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2) 시뮬레이션 기반 활동

컴퓨터 모델링, 회로 설계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실제 실험을 가상으로 구현하고, 가설을 반복적으로 테스트해보는 활동은 추상 개념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준다.

 

3) 문제 기반 학습(PBL)

실제 산업 또는 사회 문제를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하여, 이론 → 가설 → 검증 → 수정의 사고 순환을 훈련한다.

 

4) 수학적 모델링 훈련

수식 도출, 함수의 관계 분석, 최적화 문제를 통해 사고를 수학적으로 구조화하는 능력을 기른다.

 

 

 

 

 

 

5. 사고력 향상을 위한 실천 사례와 제언

다음은 국내외 공학 수업에서 추상적 사고를 유도한 실제 수업 사례이다.

사례 1: 열역학 수업의 사고 구조화

  • 활동: "엔트로피 개념이 왜 필요할까?"를 질문으로 시작
  • 전략: 현실 사례(얼음이 녹는 과정)를 영상으로 제시 → 학생 스스로 개념 추론
  • 효과: 공식이 아닌 ‘원리’를 기반으로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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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회로설계 수업에서의 가설 검증

  • 활동: LED 회로 설계 시 예상 결과를 예측하고 실제 동작을 확인
  • 전략: 여러 조합의 저항, 전압 설정을 실험적으로 비교

효과: 실험-수정-재설계 과정을 통해 추상적 전기 개념이 내면화됨

 

사례 3: 구조공학의 모델링 과제

  • 활동: 교량 설계에서 하중 분산 구조를 수식화하고 시뮬레이션 실행
  • 전략: AutoCAD, MATLAB 활용하여 가상의 구조물을 실험적으로 테스트
  • 효과: 수학적 모델과 물리적 현상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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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 제언

  • 1. 수업 초반에 ‘왜 배우는가’에 대한 맥락을 제시하라
  • 2. 추론-실험-검증의 반복을 수업 구조에 포함하라
  • 3. 학생들이 실수할 수 있는 공간과 재시도 기회를 열어두라
  • 4. 강의보다 활동 중심 수업으로 사고를 구조화하라

 

 

 

창의적 설계자인 학생

공학 교육은 사고 수준의 점프를 요구하는 학문이다. 피아제의 형식적 조작기는 이 점프를 가능케 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며, 교육자는 이를 실천 전략으로 구체화시켜야 한다. 단순히 수업을 ‘어렵게’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사고 구조를 끌어올리는 훈련을 통해 ‘깊게’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추상적 사고력이 강화될 때, 공학도는 단지 지식을 가진 기술자가 아닌,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해결하는 창의적 설계자로 성장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피아제가 말한 '지적인 성숙'의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