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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해방은 혼자 이루지 못한다 – 교육에서의 연대의 힘

 

 

“혼자 깨달은 진리는, 끝내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

교육이 단지 개인의 성장을 위한 도구로만 작동한다면, 사회는 결코 바뀌지 않습니다.
브라질 교육철학자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는 이를 누구보다 명확히 보았습니다.
그는 교육을 통해 인간이 ‘의식화’되고, 억압을 인식하며, 해방의 여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개인 혼자의 힘으로는 그 여정을 완성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프레이리 교육학의 본질은 ‘관계’와 ‘집단의 힘’, 다시 말해 ‘연대(solidarity)’입니다.
진정한 교육은 혼자 깨닫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고, 공유하고, 실천하는 것이라는 점을 그는 일관되게 주장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프레이리의 ‘연대 개념’이 왜 교육에서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한국 교육 현실 속에서 어떤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해방은 혼자 이루지 못한다
해방은 혼자 이루지 못한다

 

 

 

교육은 공동체의 실천이다

우리는 흔히 ‘공부는 자기 하기 나름’이라 말합니다.
성적은 개인의 노력 결과로 보고, 교육은 개인의 선택 영역으로 이해하죠.
하지만 프레이리는 이 생각에 의문을 던집니다.

그는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며, 어떤 배움도 사회적 맥락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즉, 교육은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이때 핵심이 되는 개념이 바로 ‘연대’입니다.
연대란 단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공통된 목적을 향해 함께 행동하고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연대는 어떻게 해방을 가능하게 하는가?

프레이리에 따르면, 해방은 단순히 억압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닙니다.
그것은 스스로 억압 구조를 인식하고, 그것을 바꾸는 실천을 시작하는 것.
그리고 이 실천은 나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억압 구조는 ‘개인’을 대상으로만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회, 제도, 문화, 언어, 교육 시스템 등 복합적인 억압의 틀은
‘집단적인 문제 인식’과 ‘집단적인 저항’을 요구합니다.

프레이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해방은 집단의 투쟁을 통해 이루어진다.
개인의 깨달음은 시작일 뿐, 연대 없는 의식화는 무력하다.”

 

 

여기서 연대는 감정적 공감이나 단순한 협동이 아닙니다.
서로를 의지하며 실천적 행위를 함께 해나가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연대
연대

 

 

 

교육현장에서 연대가 왜 중요한가?

1. 배움은 관계 속에서 강화된다

어떤 개념도 혼자 익힐 때보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함께 문제를 풀고, 설명할 때 더 깊이 각인됩니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학습(Social Learning)의 원리입니다.

교실 안에서 학습 공동체가 형성되면,
학생은 ‘경쟁자’가 아닌 ‘동료 학습자’로서
서로의 사고를 자극하고 확장시키는 존재가 됩니다.

 

2. 소외된 학생이 배움의 주체로 복귀한다

누군가는 학습에 뒤처지고,
누군가는 질문하기를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공동체적 수업 안에서는
개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특히 배움에 취약한 학생들이
‘혼자 감당하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함께하는 소속감과 지지를 경험하게 됩니다.

 

3. 민주시민의 기본 태도를 기른다

연대는 단순히 교육 효과를 높이는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시민 사회의 기본 운영 방식이기도 합니다.

의견이 다를 때 경청하고,
공통의 문제에 함께 대응하며,
책임을 나누고 결정에 참여하는 경험은
바로 연대 기반의 교육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혀지는 민주적 역량입니다.

 

 

 

연대를 실천하는 교육 방법

협동학습 구조 설계

단순히 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역할 분담, 상호 의존, 공동 목표가 명확히 설정된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예:

  • 한 조에 발표자, 기록자, 질문자, 요약자 역할 부여
  • 조별로 문제를 해결한 후 서로에게 설명하기
  • ‘개인 점수 + 조별 점수’를 반영해 평가

이런 구성은 서로의 기여를 인정하게 하며, 개인주의적 학습 태도를 넘어서게 합니다.

 

또래 멘토링 체계 도입

학년 간, 수준 간 멘토-멘티 관계를 구성하면
학생 간 신뢰 기반의 배움이 촉진됩니다.

예:

  • 고학년이 저학년의 발표를 도와주는 발표 코칭 프로그램
  • 수학 과제를 상위권 학생이 하위권 학생에게 설명하는 시간
  • 주제탐구 발표에서 멘토 학생이 방향 설정을 지원

이런 시스템은 단지 ‘도와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멘토 역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 기회를 얻게 됩니다.

 

마을 교육공동체 연계

학교 울타리를 넘어 마을이나 지역사회와 연결된 프로젝트 수업을 설계하면
학생은 보다 넓은 공동체 안에서 배움을 실현하게 됩니다.

예:

  • 지역 이슈(교통, 환경, 노인 돌봄 등)를 조사하고 해결 방안 제시
  • 마을 주민과 인터뷰, 활동 계획 수립
  • 발표회를 통해 학교-지역 간 소통 확장

이런 경험은 학생에게 학습이 삶과 직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줍니다.

 

 

 

연대 없는 배움은 지속되지 않는다

한때 학원에서 배운 내용은
시험이 끝나면 대부분 사라집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고민하고, 부딪히고, 설득하고, 협업한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삶의 태도로 굳어집니다.

연대는 지식보다 오래 남습니다.
그리고 그 연대가 인간을 변화시킵니다.

 

 

 

교사는 ‘연대의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교사는 연대가 일어나는 공간을 만드는 조력자입니다.
모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업 구조를 설계하고,
학생 간 협력을 촉진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지지해야 합니다.

교사는 평가보다 관계를 먼저 보고,
정답보다 과정을 중시하며,
개별 성취보다 함께 성장하는 수업을 지향해야 합니다.

이런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공동체의 비전을 공유하는 교육자입니다.

 

 

 

함께하지 않는 깨달음은 무기력하다

프레이리는 “교육은 해방의 실천이며, 해방은 연대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지식은 혼자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삶을 바꾸는 힘은 공동체 안에서만 길러집니다.

오늘날 학교는 경쟁과 비교의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교실이 서로를 지지하고 함께 성장하는 공간으로 바뀌는 순간,
교육은 해방의 출발점이 됩니다.

교육은 혼자서 도달하는 목표가 아닙니다.
교육은 함께 만드는 길입니다.
그리고 그 길에는 언제나 ‘연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