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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나는 누구인가? 교육을 통해 찾는 자아

목차

 

 

 

"공부는 잘하는데,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는 몰라요."
많은 교사와 부모가 학생을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성적은 우수하지만 자신의 가치관, 신념, 관심사,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면 막막해하는 학생들.
이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구조적인 교육의 결과일까요?

브라질의 교육 사상가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는 교육을 ‘자기 인식의 과정’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교육이란 단지 외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찾는 여정이라 말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프레이리의 관점을 바탕으로
교육이 어떻게 개인의 자아를 형성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오늘날 교실과 사회가 자아 성찰을 위한 공간으로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를 탐색해 보겠습니다.

 

 

 

자아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수많은 외부 기준에 노출됩니다.
점수, 등수, 학교, 소속, 진로, 평가…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기대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측정당합니다.

그러나 프레이리는 이를 부정했습니다.
그는 자아란 외부 기준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현실 속에서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것
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교육은 인간이 스스로를 구성하고,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다시 써내려가는 작업이다.”

 

 

즉, 자아는 고정된 ‘정답’이 아니라
살아가며 끊임없이 다시 발견하고 재정의해야 할 역동적 존재라는 것입니다.

 

 

 

한국 교육에서 ‘자아’는 어디에 있는가?

오늘날의 교육은 여전히 결과 중심입니다.
정답을 얼마나 정확히 말하는가, 얼마나 빠르게 익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은 다음과 같은 혼란을 겪습니다.

  • 무엇이 되고 싶은지보다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먼저 고민함
  • 성공의 기준이 타인에 의해 설정됨
  • 자신의 감정이나 신념을 표현할 기회가 거의 없음
  • 자기 삶을 주제로 한 대화나 글쓰기를 접할 기회 부족

결국, 많은 학생들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대학 입시와 취업이라는 흐름에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자아 탐색은 왜 교육의 중심이어야 하는가?

프레이리는 교육을 통해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고, 동시에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즉, 사회를 읽는 힘과 자신을 이해하는 힘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아 탐색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에서 교육의 핵심으로 강조했습니다.

1. 주체적 인간의 출발점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면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없습니다.
외부 기대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가치에 기반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는 누구인가’를 알아야 합니다.

 

2. 억압의 내면화를 막는 장치

억압은 외부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타인의 기준을 내면화하면,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느끼고
스스로를 통제하기 시작합니다.
자아 인식은 이러한 내면화된 억압을 깨뜨리는 첫 걸음입니다.

 

3.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나침반

진로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직업 정보만이 아닙니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은가?’를 묻는 철학이 필요합니다.
자아에 대한 이해는
그 사람만의 삶의 기준을 형성하게 해줍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교실에서 자아 성찰을 실현하는 방법

삶을 수업의 주제로 삼기

모든 수업이 인생을 다룰 수는 없지만,
삶을 연결할 수 있는 여지는 항상 존재합니다.

  • 문학: 등장인물의 선택과 나의 가치관 비교
  • 사회: 사회적 쟁점에 대한 나의 관점 정리
  • 과학: 기술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생각 나누기
  • 미술/음악: 나의 감정 표현, 나만의 해석 만들기

수업 안에서 ‘나’라는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활동을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자기 표현 활동 강화

글쓰기, 발표, 그림,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예:

  •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주제 글쓰기
  • "내가 경험한 갈등과 선택"에 대한 발표
  • "10년 후 나에게 보내는 편지" 프로젝트

이러한 활동은 학생이 스스로의 경험을 ‘언어화’하며
자기 자신을 보다 명확히 바라보게 해줍니다.

 

감정 교육과 자기 성찰 루틴

자신의 감정, 행동, 결정 과정을 돌아보는 루틴을 교실 안에 도입해보세요.

  • 하루 학습 끝나고 ‘오늘 나의 감정’ 돌아보기
  • 일주일에 한 번 ‘나를 위한 피드백 시간’ 운영
  • 학기별 ‘성장 일기’ 쓰기

이러한 습관은 학생이 자기 삶의 주도권을 조금씩 회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자아를 찾는 교육이 결국 해방의 길이다

프레이리에게 있어서 해방은 단순히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해방은 자기 삶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에 응답하는 능력에서 출발합니다.

자아 인식은 그 출발점입니다.
교육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될 때,
학생은 단순한 지식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존재로 변화합니다.

또한 자아를 찾은 사람은 타인을 이해하는 데도 훨씬 너그러워집니다.
자신을 이해하는 힘은 곧 공감 능력과 타자 인식의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교사의 역할은 자아 성장을 ‘안내’하는 사람

교사는 정체성을 강요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교사는 학생이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해보고,
실패 속에서 배우며,
자기 자신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지대를 제공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교사의 메시지는 이것이어야 합니다.

 

“너는 너 자신으로 살아도 괜찮다.”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정답이 없어도 괜찮다.”

 

이러한 신호를 받은 학생은 점점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교육은 ‘자기 존재를 찾는 여정’이다

우리는 수많은 지식을 배웁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프레이리가 말했듯, 교육은 지식의 축적이 아닌,
존재의 해석과 재구성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학생은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중심은 삶의 모든 선택과 결정의 기준이 됩니다.

결국, 교육은 존재의 뿌리를 찾아주는 일입니다.
지식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만남,
그것이야말로 교육이 가져야 할 본질적 가치입니다.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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