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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는 억압을 재생산하는가?

 

 

학교는 억압을 재생산하는가
학교는 억압을 재생산하는가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학교에서 자유가 아닌 통제, 성장보다는 복종을 경험합니다.
왜일까요? 학교는 누구를 위한 공간이어야 하며,
그 안의 제도는 어떤 목적을 위해 존재해야 할까요?

브라질의 교육학자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는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중립적이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교육이 억압을 해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존 권력과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구조로 기능할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프레이리의 관점을 바탕으로 학교라는 제도가 어떻게 억압을 반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구조 속에서 진정한 해방적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제도는 중립적이지 않다

학교는 흔히 ‘공정한 경쟁의 장’으로 포장됩니다.
하지만 제도는 설계자에 의해 구성되며,
그 설계에는 특정한 이념과 권력의 방향성이 깔려 있습니다.

프레이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제기합니다.

 

“교육은 선택된 내용을 가르치는 과정이다.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가르치지 않을 것인가의 결정은
이미 정치적 선택을 담고 있다.”

 

즉, 교육 과정, 교과서 내용, 평가 방식 등
학교 제도의 모든 요소는 의도적인 구조물이며
그 안에는 사회적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논리가 작동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학교는 어떻게 억압을 재생산하는가?

1. 표준화 중심 교육이 다양성을 억누른다

모든 학생이 같은 내용을 같은 방식으로 배워야 한다는 구조는
다양한 배경, 흥미, 재능을 가진 학생들에게 획일성을 강요합니다.
‘정답’을 향한 교육은 창의성이나 자기 표현의 기회를 제한하고,
결국 순응적인 태도만을 장려하게 됩니다.

이 구조는 소수자의 언어, 지역의 문화, 다른 삶의 방식 등을 배제하며
다름을 ‘틀림’으로 바꾸는 효과를 냅니다.

 

2. 경쟁 시스템은 인간을 계층화한다

성적, 등수, 진학률 중심의 구조는
학생 간 비교와 경쟁을 일상화합니다.
이로 인해 학생은 ‘더 잘하는 사람’이 되는 데 집중하며,
함께 배우고 협력하는 경험을 놓치게 됩니다.

또한 성적이 낮은 학생은
자신을 실패자로 인식하고
학습에서 소외되거나 자존감을 잃게 될 위험에 처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불평등을 내면화시키고 고착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3. 권위 중심 문화가 비판을 차단한다

학교의 수직적 관계 구조는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어렵게 만듭니다.
‘선생님 말은 무조건 옳다’, ‘교칙은 따라야 한다’는 문화 속에서
학생은 자기 의견을 표현하기보다 복종하는 법을 먼저 배웁니다.

이러한 환경은
자기 주도성과 민주적 감각을 억누르고,
장기적으로는 비판하지 못하는 시민을 양산하게 됩니다.

 

 

 

억압
억압

 

 

왜 이러한 구조가 유지될까?

억압적 교육 구조는
단지 ‘잘못 설계된 시스템’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사회 구조의 이해관계가 작동합니다.

  •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성 제거
  • 관리 편의를 위해 획일적 평가 사용
  • 기득권 유지를 위한 사회적 정렬 기능 수행

즉, 교육은 단순히 배움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사회 구조를 정당화하고 재생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프레이리는 교육 제도에 대해
‘현상 유지의 도구인지, 변화의 촉진자인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억압 구조를 깨기 위한 실천 전략

1. 교육 내용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기

단순히 교과서를 따라가거나
국가 교육과정만을 따르는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의 삶, 관심사, 지역사회 현실을 반영한 수업 구성이 필요합니다.

 

예시:

  • 사회 교과에서 현실 이슈를 가져와 학생들과 토론
  • 수학 문제에 지역 통계 활용하기
  • 문학 수업에서 다양한 배경의 작품 소개

이러한 시도는
학생이 현실을 이해하고 질문하게 만드는 첫 걸음이 됩니다.

 

2. 교사-학생 관계의 수평화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구조는
비판적 사고를 제한합니다.
학생의 의견을 존중하고
의미 있는 피드백을 주고받는 상호 대화적 수업 문화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방법:

  • 수업 후 ‘오늘 수업 어땠는지’에 대한 학생 피드백 받기
  • 교사도 질문을 받고, 답변을 모색하는 자세 갖기
  • 학기 중 한 번 이상 ‘수업 구성’에 학생 의견 반영하기

이런 구조는 교육 공간의 민주화를 촉진합니다.

 

3. 평가 방식을 다변화하기

단일 시험 중심의 평가 체계는
지식의 양만을 측정하며,
과정과 맥락, 비판력, 창의성 등의 요소는 놓치게 됩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다양한 방식이 필요합니다.

  • 과정 중심 평가 (학습 일지, 관찰 기록 등)
  • 자기 평가와 상호 평가 도입
  • 토론 참여도, 발표 내용, 글쓰기 성찰 등
  • 공동 프로젝트 결과물 평가
  •  

이러한 방식은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인정하고, 비교보다 성장을 중심에 둡니다.

 

 

 

제도를 바꾸기 어려울 때, 시도할 수 있는 작은 변화들

모든 교실이 한 번에 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교사 한 명의 선택,
수업 한 시간의 구성,
학생과의 짧은 대화 한 마디가
제도의 균열을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학생의 질문으로 수업 방향을 수정해보기
  • 하루 5분 ‘사회 이슈’에 대한 의견 나누기
  • ‘왜 배우는가’를 묻는 활동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기

이러한 시도는 교육을 단순한 지식 축적이 아닌,
현실을 이해하고 바꾸는 기초 훈련의 장으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교육은 복종이 아닌 성찰을 가르쳐야 한다

학교는 단지 성적을 위한 곳이 아닙니다.
학생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하고 준비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프레이리는 교육이 억압을 재생산할 수도 있지만,
그 구조를 내부에서 해체하고 재구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교육을 만들고 있나요?
순응을 가르치고 있진 않나요?
정답만을 말하도록 유도하고 있진 않나요?

지금 이 교실이,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며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은 더 이상 억압의 반복이 아닌 변화의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