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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배운 대로 살 수 없다 – 교과서의 권위에 도전하기

 

 

교과서는 학교 교육의 중심에 있습니다.
학생은 교과서로 공부하고, 시험도 교과서에서 출제됩니다.
교사는 교과서 순서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며, 교과서에 없는 이야기는 조심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교과서가 말하는 것이 진짜 전부일까?”
“현실은 왜 교과서처럼 작동하지 않는가?”

브라질의 교육 사상가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는
지식의 권위와 그 전달 방식을 비판하며,
교과서가 일방적인 진리로 기능하는 구조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교육이란 정해진 내용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세상을 다시 해석하는 과정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교과서 중심 교육의 한계를 살펴보고,
프레이리의 시각을 통해
비판적 문해력과 창의적 해석이 공존하는 수업 구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탐색해보겠습니다.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

 

 

교과서가 절대적인가?

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과서는 누구에 의해, 어떤 관점으로, 어떤 목적에서 쓰였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교과서는 국가나 교육청, 출판사 등 특정한 권위체가 만든 자료이며,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선택과 배제가 이뤄집니다.

  • 어떤 사건은 강조되고, 어떤 사건은 삭제됩니다.
  • 특정 관점이 중심이 되고, 다른 시각은 주변으로 밀려납니다.
  • 국정화된 과목일 경우, 특정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프레이리는 이러한 구조를
지식을 통해 현실을 고정시키려는 시도라고 보았습니다.
즉, 배움을 통해 사고를 확장시키기보다는
지식의 틀에 갇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배운 대로 살 수 없는 이유

1. 교과서 속 세계는 평면적이다

실제 삶은 복잡하고 다면적입니다.
하지만 교과서는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단순화합니다.
이 과정에서 현실의 갈등, 맥락, 다양한 시각은 축소되거나 사라집니다.

예를 들어, 역사 교육에서
어떤 사건의 인과관계가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거나,
경제 교육에서 특정 경제 체제가 ‘정답’처럼 다뤄질 때,
학생은 비판보다 수용의 태도를 먼저 익히게 됩니다.

2. 교과서는 질문을 억제한다

교과서 중심 수업은 보통 다음 흐름을 따릅니다.
‘내용 설명 → 예제 → 연습 문제 → 정리 → 시험’
이 구조는 질문을 할 필요가 없는 학습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결과적으로 학생은 의문을 갖기보다 정답을 외우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질문을 요구합니다.
사회 문제, 윤리적 갈등, 복잡한 인간관계 등은
정답이 아닌 해석과 판단을 요하는 상황으로 가득합니다.

3. 학교 밖 세계는 정해진 답이 없다

학교에서 익힌 지식이
현장에서 그대로 통용되지 않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 교과서에서는 정의로움의 개념이 명확하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정당함과 이익이 충돌합니다.
  • 수학 문제는 깔끔한 공식으로 풀리지만,
    현실의 문제는 불확실성과 타협을 요구합니다.
  • 윤리 시간에 배운 규범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무너지는 것을 뉴스에서 목격합니다.

결국, 배운 대로 사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배움이 현실과 분리되어 있기 때문
입니다.

 

 

 

교과서를 ‘도구’로 바꾸는 수업 전략

교과서는 완전히 폐기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기초 자료이며,
학습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절대적인 진리’로 여기고 비판하지 않는 것입니다.
프레이리의 교육 철학은
교과서를 ‘절대적 기준’이 아닌
해석과 토론의 기반으로 활용하자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다음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수업 설계 방법입니다.

 

 

 

배운 대로 살 수 없다
배운 대로 살 수 없다

 

 

 

비판적 교과서 활용법

1. 교과서 내용에 질문하기

수업 중간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세요.

  • “이 설명은 어떤 관점을 중심으로 쓰였을까?”
  • “다른 시각에서는 이 내용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 “이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에서 각각 어떻게 느꼈을까?”
  • “교과서가 말하지 않은 부분은 무엇일까?”

이런 방식은
학생 스스로 사고의 폭을 넓히고
비판적 읽기 능력을 키우는 기회
가 됩니다.

 

2. 다양한 자료와 교차 비교하기

수업에 다양한 텍스트를 함께 활용하세요.

  • 뉴스 기사
  • 유튜브 다큐멘터리
  • 논쟁적 칼럼
  • 실제 인터뷰나 조사 보고서

교과서와 비교하며 읽을 때,
학생은 지식이 상황과 관점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됩니다.

 

3. 학생 참여형 재구성 활동

교과서 내용을 읽은 후,
그 내용을 학생 스스로 재해석해보는 활동을 진행해 보세요.

예시:

  • 한 주제를 찬반 논쟁으로 구성해보기
  • 텍스트 내용을 카드 뉴스 형식으로 요약
  • 교과서 없는 발표 수업 진행하기
  • ‘내가 쓴 교과서’ 프로젝트 진행

이러한 활동은 교과서 내용을 외우는 데서 벗어나,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이 됩니다.

 

 

 

교과서의 권위를 절대시하면 안 되는 이유

교육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교과서가 단일한 목소리만을 담고,
그 내용이 ‘유일한 답’으로 제시되면
학생은 ‘왜?’라는 질문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질문 없는 교육은
비판하지 않는 인간을 만들고,
그런 인간은 현실의 부조리나 불합리에 무감각한 시민이 될 수 있습니다.

프레이리는 교육이 ‘의식화(conscientization)’를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즉, 나와 세계의 관계를 다시 인식하고
그 속에서 행동하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과서는 이 과정을 막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학생이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이끄는 발판이 되어야 합니다.

 

 

 

교과서를 넘어설 수 있어야 진짜 배움이다

학생이 배운 대로 살 수 없는 이유는
배움이 현실과 괴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교과서 중심의 교육이
정답만을 강요하고 질문을 차단한다면,
그 배움은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프레이리가 말한 교육의 이상은
지식을 통한 해방,
그리고 현실 속 참여와 실천
입니다.

교과서에 쓰인 문장을 넘어서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현실을 자신의 언어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과서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우리는 진짜 배움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행복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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