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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읽고 쓰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 비판적 리터러시란?

 

읽고 쓰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 비판적 리터러시란?
읽고 쓰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 비판적 리터러시란?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문해력(literacy)'을
‘글자를 정확히 읽고, 의미를 파악하며, 맞춤법에 맞춰 문장을 구성하는 능력’으로 이해해 왔습니다.
학교 교육도 이 기준에 충실했습니다.
국어 시간에는 독해 능력을 평가하고,
글쓰기 수업에서는 문장력과 논리 구조를 중심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배운 문해력만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매일 뉴스를 접하고, 광고를 읽고, 댓글을 보고, 정책을 접합니다.
겉으로는 ‘사실’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의도, 권력, 담론, 가치가 숨어 있습니다.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는 문해력을 ‘기술적 능력’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넘어서
현실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그 해석을 행동으로 연결하는 힘으로 확장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읽고 쓰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읽는 자’가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과 억압의 구조를 인식하고
그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를 물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프레이리의 사상을 중심으로
‘비판적 리터러시(critical literacy)’의 개념을 짚고,
이를 한국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안합니다.

 

 

 

문해력, 그 이상이 필요하다

흔히 문해력은 평가 가능한 기술로 간주됩니다.
몇 줄의 글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어휘의 뜻을 아는지,
지문에 숨은 함의를 읽어냈는지를 확인합니다.

하지만 이 기준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지 못합니다.

  • “이 글은 누구의 관점에서 쓰였는가?”
  •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강조하고 있는가?”
  • “이 글은 사회 구조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 “이 정보를 믿을 수 있는가, 왜 그렇게 믿게 되는가?”

프레이리는 이런 질문이야말로
진정한 ‘읽기’의 핵심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문해력이란 단순한 해독 능력이 아니라,
세계와 나를 연결짓는 인식의 틀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비판적 리터러시란 무엇인가?

비판적 리터러시는
읽기와 쓰기를 통해
권력, 이념, 불평등, 억압 구조를 분석하고,
그 현실에 개입할 수 있는 역량
을 말합니다.

즉, 단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넘어,
‘왜 그렇게 말하고 있는가’,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가’,
‘그 말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묻는 방식의 문해
입니다.

프레이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는 “세상을 읽는 문해력”,
곧 사회를 해석하는 사고 방식이며
단순한 언어 능력을 넘어선 비판적 성찰과 실천의 출발점입니다.

 

 

 

왜 지금 비판적 리터러시가 중요한가?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가 넘친다고 해서
모두가 잘 읽고 잘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1. 정보의 진실성과 의도 구분이 어렵다

가짜 뉴스, 편향된 콘텐츠, 광고 disguised as 기사 등
정보를 가려내는 능력은 단순한 언어력만으로 부족합니다.
자료의 출처, 맥락, 작성자의 입장과 목적을 함께 읽어내야
진짜 읽기가 시작됩니다.

 

2. 디지털 환경에서 영향력은 텍스트 너머에 있다

SNS 게시글, 유튜브 자막, 댓글, 이미지, 해시태그 등
현대의 언어 환경은 다층적입니다.
글 하나가 어떤 ‘정서적 반응’을 유도하고,
어떤 ‘이데올로기적 틀’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3. 억압을 인식하지 못하면 행동도 불가능하다

불평등, 차별, 구조적 부조리를 접할 때
‘이상하다’고 느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맥락과 원인을 이해하고
사회적 참여로 이어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비판적 리터러시는
학생이 단지 좋은 글을 쓰는 수준을 넘어서
의식적 시민으로 살아가는 기반을 형성합니다.

 

 

 

어떻게 수업에서 실현할 수 있을까?

비판적 리터러시는
일반적인 국어 수업이나 사회과목 수업 안에서도
충분히 통합 가능합니다.
다만 교사는 기존의 ‘정답 찾기’ 중심 수업에서 벗어나
텍스트를 열어놓고, 질문 중심의 수업을 설계해야 합니다.

 

방법 1. 다양한 시각을 노출시키기

하나의 사건이나 주제를 다룰 때
서로 다른 시각의 자료를 함께 제공합니다.

예:

  • 같은 사건에 대한 언론사의 상반된 보도 비교
  • 교과서 내용과 실제 인터뷰 자료 병행 읽기
  • 한국 사회와 해외 사회의 인식 차이 분석

이렇게 하면 학생은
정보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체험하며,
읽기의 틀을 확장
하게 됩니다.

 

방법 2. 텍스트의 의도와 효과 분석하기

단순한 내용 정리에서 벗어나
다음과 같은 질문을 중심으로 토론해보세요.

  • 이 글은 누구를 대상으로 쓰였을까?
  • 어떤 정서나 행동을 유도하고자 하는가?
  • 빠진 정보는 무엇이며, 왜 빠졌을까?

이러한 분석을 반복하면
학생은 읽기와 쓰기를 사회적 행위로 인식하게 됩니다.

 

방법 3. 쓰기를 통한 재구성 경험 제공

읽은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비판적 시각에서 재구성하는 활동은
리터러시 교육의 핵심입니다.

예:

  • 뉴스 기사에 대한 반론 칼럼 쓰기
  •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다른 관점에서 재해석한 글 작성
  • SNS 콘텐츠 분석 후 새로운 메시지 제작

이러한 활동은 학생에게
‘정보 수용자’가 아닌 ‘의미 생산자’로서의 자각을 제공합니다.

 

 

 

비판적 리터러시는 행동을 만든다

프레이리의 교육 철학에서
리터러시는 그 자체로 실천적 의미를 가집니다.

읽는 행위는 현실을 재해석하는 작업이며,
쓰는 행위는 자신의 입장을 정립하는 정치적 참여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문해란 단지 읽는 능력이 아니라, 세상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방식이다.”

 

즉, 비판적 리터러시는
삶과 세계에 대해 주체적으로 응답하기 위한
기본적인 인식 도구이자 실천적 언어입니다.

 

 

 

잘 읽는다는 것은, 질문할 줄 안다는 뜻이다

더 이상 읽고 쓸 줄 안다는 것이
배움의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꿈꾸기 위해서는
비판적 문해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사는 학생이
정답을 고르는 능력에 머무르지 않고,
문제 자체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사고의 힘을 갖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읽는다는 것의 본질은
이해를 넘어,
해석하고 의심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프레이리가 말한 교육의 진짜 목적입니다.

 

 

질문
ⓒ 사진: Unsplash 의 Simone Sec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