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

가르친다는 것은 믿는다는 것이다 – 신뢰 기반 교육의 힘

 

 

학생을 믿지 않는 교육은, 결국 교육이 아니다.
지식을 아무리 많이 전달해도, 시험 점수가 높아도,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면
그 배움은 곧 잊히고 만다.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는 교육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했다.
“교육은 인간 해방의 실천이다.
그 실천은 신뢰를 바탕으로 시작된다.”

이번 글에서는 프레이리 교육 철학의 핵심 중 하나인
‘신뢰(trust)’의 교육적 의미를 다루고자 한다.
교육의 현장에서 왜 ‘신뢰’가 가장 먼저 작동해야 하는지,
그리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펼쳐질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신뢰 없는 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학교는 학생을 평가한다.
이 평가는 성적, 태도, 출석, 수행평가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이 모든 평가가 ‘전제된 불신’ 위에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 ‘이 학생은 숙제를 안 할 수 있다.’
  • ‘이 학생은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 ‘이 아이는 원래 성실하지 않다.’

이런 생각은 어느새
‘기대하지 않는 교육’,
‘가능성을 차단하는 수업’,
그리고 ‘표준화된 기준에 맞지 않으면 탈락시키는 시스템’으로 이어진다.

프레이리는 교육자가 학생을 신뢰하지 않을 때
그 교육은 이미 억압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교육의 시작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을 가능한 존재로 인정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믿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신뢰(trust)는 단순히 ‘좋게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
교육적 신뢰란, 학생이 아직 드러내지 않은 능력과 잠재력까지 포함해
그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감정적·철학적 태도
다.

1. 믿는다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다

모든 학생은 다르게 성장한다.
누군가는 빠르게 이해하고, 누군가는 천천히 익힌다.
교육자는 그 속도를 통제할 수 없다.
다만 그 과정 안에서 흔들리지 않고 곁에 있어주는 것이 진짜 가르침이다.

 

2. 믿는다는 것은 실수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실수는 배움의 일부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 구조는 실수를 실패로 간주한다.
신뢰 기반 교육은 실수를 학습의 기회로 전환한다.
학생이 자유롭게 시도하고, 망설이지 않으며,
도전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3. 믿는다는 것은 학생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이다

학생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
질문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
의견에 반응하는 것이 바로 신뢰의 표현이다.
단순한 경청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의 ‘인정’이다.

 

 

 

신뢰는 교사의 말투와 태도에서 시작된다

신뢰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일상의 언어와 행동으로 드러난다.

  • “넌 할 수 있어.”
  • “다음에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 “그 생각도 들어볼게.”
  • “천천히 해도 괜찮아.”

이러한 말 한마디는
학생의 자기 인식을 바꾸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긍정으로 돌리게 만든다.

반대로,

  • “왜 이렇게 못해?”
  • “다른 애들은 다 잘하는데?”
  • “말이 안 되잖아.”
    이런 말은 학생을 침묵하게 하고
    자기 가능성에 대한 신념을 무너뜨린다.

프레이리는 말한다.
“교육자의 말은 인간을 살릴 수도, 억누를 수도 있다.”

 

 

 

“교육자의 말은 인간을 살릴 수도, 억누를 수도 있다.”
ⓒ 사진: Unsplash 의 Centre for Ageing Better

 

 

신뢰 중심 수업의 실제 구성 방식

1. 평가 대신 관찰에 집중하기

점수보다 ‘성장’을 보는 수업은
학생의 과정에 주목하는 수업이다.

  • 학습 일지를 통한 자기 성찰
  • 교사 피드백 중심의 질적 평가
  • 동료 간 상호 평가로 책임 공유

이런 평가 구조는
서열화가 아닌 성장 지향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2. 참여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하기

모든 학생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교사가 먼저 보내야 한다.

방법:

  • 원탁 토론 방식으로 질문 나누기
  • 발표자 선정 시 자율 선택권 부여
  • 수업 전에 학생 질문을 모아 함께 토론

이러한 방식은 학생의 자기 표현을 유도하고,
내면의 가능성을 밖으로 꺼내는 기회를 만든다.

 

3. 정답 중심 수업에서 탈피하기

신뢰 수업은 학생이 틀려도 괜찮다는 신호를 받는 수업이다.

  • 정답을 말하지 않고 여러 해석을 허용
  • 의견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중심으로 피드백
  • 결과보다 과정에서의 ‘성장 서사’를 인정

이러한 수업은 학생이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신뢰는 교육 공동체 전체로 확장돼야 한다

신뢰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부모, 학교와 지역사회 전체가
서로를 믿고 지지하는 구조가 될 때
교육은 훨씬 더 깊이 작동한다.

예를 들어,

  • 친구와의 협업 과정에서 책임을 나눌 수 있어야 하고
  • 부모는 성적이 아닌 성장에 집중하는 질문을 던져야 하며
  • 학교는 학생을 ‘관리 대상’이 아닌 주체적 존재로 바라보아야 한다.

신뢰는 교육 생태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다.
그 에너지가 충만할 때,
학생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자신감을 갖게 된다.

 

 

 

가르침은 곧 신뢰의 언어다

교육은 결국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
그 가능성은 때로는 보이지 않고,
느리게,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지식을 나누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결과’를 재촉하는 감독자에 불과하다.

프레이리는 우리에게 말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믿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언젠가 피어날 것임을,
스스로를 이겨낼 것임을,
다시 일어설 것임을 믿는 것이다.”

교육은 그 믿음을 말로, 눈빛으로,
그리고 함께한 시간으로 증명해나가는
깊은 동행의 기록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믿는다는 것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믿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