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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지식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 ‘앎’의 공동체적 성격

 

공부는 혼자 하는 것
공부는 혼자 하는 것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다.”
이 말은 오랜 시간 한국 교육의 상식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조용한 독서실, 혼자 암기하는 교재, 경쟁 중심의 시험 구조는
지식을 마치 개인만의 성취물로 오해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는 이 통념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지식이란 결코 고립된 개별 존재가 아니며,
사회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고, 공동의 경험을 통해 구성되는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지식은 혼자 깨닫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 맥락의 이해, 현실과의 연결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구조물이라는 것이죠.

이 글에서는 프레이리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식의 공동체적 성격이 왜 중요한지,
왜 학교는 '지식 나눔의 장'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수업 설계의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지식은 고립된 단위가 아니다

현대 교육은 지식을 ‘정보’로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강합니다.
학습 목표, 단원 정리, 개념어, 공식…
모두가 명확히 구분되고, 마치 정해진 틀에 담아 전이 가능한 데이터처럼 다뤄집니다.

하지만 프레이리는 지식이란
단지 ‘옳은 정보’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험을 통해 생성되는 의미의 구성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앎은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사람들은 함께 문제를 탐구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만들 때 진짜 배움이 일어난다.”

 

 

즉, 지식은 누군가에 의해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결과물입니다.

 

 

 

왜 지식을 ‘공동 구성물’로 봐야 하는가?

1. 진리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구성되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도, 수학의 개념도, 언어의 쓰임도
시대와 맥락에 따라 해석이 달라집니다.

하나의 현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고,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해를 넓혀갈 때
비로소 지식은 살아 있는 사고의 결과가 됩니다.

 

2. 서로 다른 배경이 지식에 깊이를 더한다

각기 다른 문화, 경험, 감정, 사고 방식은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이 다양성이 충돌하고 융합되며,
지식은 보다 풍성해지고 입체화됩니다.

 

3. 배움은 ‘관계’ 안에서 더욱 강화된다

연구에 따르면, 단순히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토론이나 협동 활동을 통해 학습한 내용이
기억에 더 오래 남고 이해도도 더 깊다고 합니다.

이는 지식이 개인 안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견고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교실은 ‘공유의 장’이 되어야 한다

프레이리는 학교를
지식의 ‘수납공간’이 아닌
지식 생산과 교환이 이루어지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봤습니다.

즉, 교실은 학생과 교사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통의 문제를 탐색하며,
각자의 경험을 통해
지식을 재구성하는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식 공동체 수업을 위한 실천 방안

1. 다중 관점 접근법 도입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해보는 수업을 설계합니다.

예시:

  • “환경 문제”를 과학, 경제, 윤리, 지역사회의 시선으로 나누어 탐구
  • “역사적 사건”을 피해자, 가해자, 주변국, 현대인의 입장에서 재조명
  • “문학 작품”을 등장인물, 독자, 작가의 입장에서 다각도 해석

 

이러한 구성은 학생들이
지식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체감하고,
서로 다른 시선을 수용하는 훈련이 되기도 합니다.

 

2. 공동 프로젝트 기반 학습

혼자가 아닌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서로의 관점에 귀를 기울이고,
분업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게 됩니다.

예시:

  • 지역 사회 문제 해결 방안 설계 프로젝트
  • 가상의 정책 제안서 작성
  • 창업 아이디어 발표 및 피드백 라운드

이러한 활동은 지식의 ‘소유’보다
공유와 기여의 가치를 내면화하는 데 큰 효과를 줍니다.

 

3. 학생 발표와 상호 피드백 시스템 정착

한 명이 발표하고 나머지는 듣기만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서로의 학습 과정을 관찰하고 피드백을 주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방법:

  • 발표 후 질문 타임 의무화
  • 친구 발표에 대해 ‘좋았던 점 + 더 발전할 점’ 나누기
  • 학생이 직접 동료의 자료를 리뷰하는 시간 운영

이런 방식은 지식을 평가의 대상이 아닌, 토론의 재료로 인식하게 합니다.

 

 

 

지식은 권력이 될 수도 있다

프레이리는 지식이 언제나 긍정적인 것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식이 ‘일방적인 진리’로 제시될 때
권력의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습니다.

예를 들어,

  • 특정 이념만 강조되는 교과서
  •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수업 분위기
  • ‘모범 답안’ 중심의 평가 체계

이러한 구조는 지식을 정답화하고, 비판을 억압하는 장치로 변질시킵니다.

그래서 프레이리는 지식을 나눌 때
그 과정이 반드시 ‘대화적’이고 ‘열려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지식을 가르친다는 것은
타인의 관점을 존중하며 함께 의미를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은 집단의 사고로 완성된다

지식은 혼자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혼자 알고 있다는 사실은
실제로는 배움의 한계일 수 있습니다.

‘나는 안다’고 믿는 순간,
질문은 멈추고
관계는 단절되며
새로운 배움은 시작되지 않습니다.

프레이리 교육학이 강조하는 지식은
항상 ‘되묻고, 나누고, 재구성하는 상태’를 유지합니다.
그런 방식의 배움이야말로
살아 있는 지식,
사회와 호흡하는 학문,
사람을 살리는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지식은 함께 구성하고 함께 성장시키는 것

우리는 지식을 ‘획득’하거나 ‘소유’하려 합니다.
그러나 프레이리는 지식을 공동 창조의 산물로 봤습니다.
누가 더 많이 아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함께 의미를 만들어 가느냐입니다.

교실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지식이 더 이상 일방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소통과 협력의 중심에 자리 잡는 순간,
그 지식은 사람을 자유롭게 하고
더 나은 공동체로 이끄는 밑거름이 됩니다.

지식은 혼자 깨닫는 것이 아닙니다.
지식은 함께 존재하는 방식입니다.

 

 

 

지식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